1.
나의 출근 전 준비는 거의 일정하다.
일어나서
물을 찬 물한잔 마시고
세수와 양치, 머리를 감고
잠깐은 운동(이라 쓰고 맨손체조 및 그냥 가벼운 움직임이라 읽는다)을 한다.
그리고 화장실을 가서 볼일을 보고
(초등학교때 부터의 일과 중 하나, 급성 과민성대장증후군도 있음)
옷을 입고 출근을 한다.
2.
오늘도 여느때와 다름이 없었다.
그저
어제같은 오늘이고
아마도 내일같은 오늘일 것이다.
그렇게 아침의 일과를 순조롭게 진행하고 있었다.
그런데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고 있는데
갑작스럽게 정전이 되었다.
정전이라니...
폭염과 무더위에 전력수급이 불안정하다고 하더니....
그래도 아침, 아니 새벽 6시 30분부터 정전은 너무하지 않나?
혼자 궁시렁궁시렁 거리며
오랜만에 암흑을 맞이했다.
아내와 꽁꽁이는 꿈나라에 있을 것이고
아니라고 해도
이런 모습(?)으로 있는데 촛불이나 플래시를 가져다 달라고 하기 뭐하지 않나
3.
겨우겨우 어떻게 일을 처리하고 밖으로 나왔다.
그런데 밖은 환하게 불이 켜져 있는 것이 아닌가?
'뭐지?'
잠깐동안 멍하니 서있었다.
'내가 나오면서 전기가 다시 들어온것인가?'
화장실 불을 켜보자 다시 불이 켜졌다.
'아하 그런거구나 조금만 더 버틸것을...'
홀가분한 마음에 옷을 입으로 거실로 나왔다.
거기에는 입가에 말라붙은 침과 웃음을 하나가득 머금고
눈꼽도 때지 않은 꽁꽁이가 소파에 앉아 발을 까딱까딱이고 있었다.
나 : 어? 꽁꽁이 벌써 일어났어?
꽁꽁 : 응 아까 일어났지 근데 왜이렇게 늦게나와
나 : 그게 정전이 돼서 아무것도 안보이잖아?
꽁꽁 : 정전 그게 뭔데?
맞다 꽁꽁이는 아직 초등학생이지
나 : 정전은 갑자기 전기가 끊겨서 불을 켜지 못하는 거야?
꽁꽁 : 정전 아닌데 여긴 계속 불 켜져 있었는데
나: 어? 이상하네 화장실은 분명히 불이 꺼졌는데
꽁꽁이의 얼굴에서 웃음이 마구마구 튀어나왔다.
나 : 왜 뭐야?
꽁꽁 :아니 크크 내가
이제야 모든 것을 알게 되었다.
4.
범인은 내가 일어나고 나서
어째선지 잠에서 깨었다.
내가 없는 것을 확인하고
조심스럽게 밖으로 나왔다.
거실에 불은 켜져 있었지만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한 범인은
내가 있을 곳으로 두곳을 생각한다.
하나는 옷방이고 하나는 화장실이었다.
아마도 옷방은 확인하지 않았을 것이다.
왜냐하면 범인은 옷방을 무서워하기 때문이다.
화장실에 조심스럽게 기웃거린 범인은
내가 안에 있다는 것을 확신하고
범행을 저질렀다.
범행은 간단하면서도 치명적이었다.
스위치를 내리는 것으로 충분했다.
뒤돌아 가는 범인의 입가에는 싸늘한 미소가 감돌았다.
5.
등에 소름이 돋았다.
맨날 나에게 당하던 녀석에게
드디어 내가 당한것이다.
녀석은 나의 당황하는 모습을 보기 위해
자는 척 하는 완전범죄를 포기한것이다.
나도 당하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최소한의 반격은 해야 했다.
나: 그랬단 말이지 좋아 그럼 나의 뽀뽀 기관총을 맞아라
뽀뽀뽀뽀뽀뽀뽀
꽁꽁 : 크악 싫어 저리가 싫어 안할게 싫어
나 : 늦었다 이미 나에게 돌이킬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 크하하
뽀뽀뽀뽀뽀
그렇게 범인은 나의 기관총에 볼이 씨뻘게 지도록 맞고서야 끝났다.
6.
범인은 아직 살아있다.
그리고 다른 기회를 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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