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광복절 대체 휴뮤일이었다.
하지만 초등학생을 위한 학원은 휴무가 없었다.
덕분에 갑자기 몸이 좋지 않은 아내 대신에 꽁꽁이와 학글학원과 미술학원 투어를 했다.
2.
먼저 시작된 것은 1시에 시작하는 한글학원이었다.
학원까지 데려다 주는 것은 어려울 것이 하나도 없었다.
문제는 데리고 오는 것이었다.
아내는 꽁꽁이의 자립심을 키워준다면 요즘 혼자 걸어가기 훈련을 시킨다고 한다.
한글학원 옆에 시립 도서관이 있어서 그곳으로 학원이 끝나면 혼자 오게 시킨다고 한다.
겸사겸사 도서관에서 책도 읽고 빌리는 일석이조의 방법이었다.
다만
대체휴무일로 도서관도 쉰다는 점은 미리 알지 못했다.
꽁꽁이를 데려다 주고 나도 책을 읽고 빌리려 했지만 계획이 무산되고
결국 무료하게 차안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3.
그리고 꽁꽁이가 나올시간이 되자 또 혼자만의 망상이 시작되었다.
혼자 꽁꽁이가 걸어오다가 길을 잃고 헤메고 넘어지고 다치는 그런 망상.
한번 생각이 시각되자 생각은 생각의 꼬리를 물고 마구 이어지고
멈출수가 없었다.
결국 난 차에서 나와 한글학원앞으로 걸어갔다.
하지만 아내의 자립심 훈련을 망칠수는 없었기에 학원에서 보이지 않는 곳에 쭈그리고 숨어 있었다.
몇몇 사람들이 나를 이상하게 쳐다 봤지만 별로 신경쓰지 않았다.
지금 생각해 보니 누군가 신고라도 했다면 여러가지로 골치아플뻔 했다.
4.
꽁꽁이는 시간에 맞춰 학원에서 나왔다.
녀석은 아무런 꺼리낌이나 무서움도 없이 학원에서 준 프린트물을 들고
신나게 뛰기 시작했다.
아무런 사전 동작도 없이 뛰기 시작했다.
덩달아 나도 뛰었다.
그리고 또 아무런 사전 동작도 없이 길에서 멈춰 섰다.
나도 급하게 멈춰서서 몸을 숨겼다.
녀석은 또 갑자기 뛰고 멈추고를 반복했고
나도 역시 뛰고 멈추고를 반복했다.
그렇게 금새 시립도서관에 도착을 했고
녀석은 도서관이 쉬는 것에 당황을 한듯 보였다.
5.
나는 어떻게 할지 가만히 지켜보고 있었다.
녀석은 잠시 도서관의 닫힌 문을 보고 서 있었다.
잠시후 도서관의 닫힌 문 안쪽을 더 유심히 바라봤다.
아마도 불이 꺼진 도서관에 누군가 있나 쳐다보는 것 처럼 보였다.
그리고는 뒤를 돌아 바로 도서관에서 나왔다.
아마도 불이 꺼진것이 무서워 진듯 했다.
이제는 도서관 밖을 두리번거리며 쳐다봤다.
주변에 아무도 없자 이번에는 주차장쪽으로 뛰기 시작했다.
(그만 뛰렴)
그렇게 주차장으로 뛰어가는 녀석을 보면 더 이상 숨지 않고 녀석을 불렀다.
"꽁꽁아 꽁꽁아 "
이윽고 나를 보자 환하게 웃으며 나에게 뛰어오는 꽁꽁이를 보자
다시한번 삶의 희열을 느꼈다.
6.
그렇게 한글학원과 미술학원을 돌고
집으로 돌아오는 차안에서
해바라기씨 초콜렛과 젤리를 나눠 먹고 있었다.
그때
갑지가 꽁꽁이가 이렇게 말을 했다.
꽁꽁 : 너무 화가나 너무너무 화가나
나 : 어? 왜? 학원에서 무슨일있었어? 선생님이 혼냈어? 친구랑 싸웠어?
꽁꽁 : 아니 무슨이야기야?
나 : 갑자기 화가난다고 하니까?
꽁꽁 : 아 그건 이 젤리가 너무 조그맣고 색깔고 투명하게 예쁘고 맛있어서 화가 난다고
나 : 어? 맛있는데 화가나?
꽁꽁 : 몇개 안들어 있잖아 그래서 너무 화가나 더 먹고 싶은데
입술이 삐죽 나온것을 보자
나도 모르게 웃음이 터져 나왔다.
대체 공휴일 누가 만들었는지 모르지만 정말 최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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