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머리로 아는 것과 실제 행하는 것은 하늘과 땅 만큼 차이가 있다.
아니 그보다 더 차이가 있다.
2.
많은 책에서 전문가들이, 학자들이, 경험자들이 이야기 한다.
아이들은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아이들의 시간에서 봐줘야 한다.
무엇을 하든 아이들이 하는 것을 기다리고 기다려야 한다.
많은 예로 드는 것이
스스로 신발 끈 묶는 것과 밥 먹는 것을 이야기 한다.
나도 기다려 줄수 있을줄 알았다.
아니 기다리는게 뭐가 힘들다고
그냥 다른 생각하거나 차라리 눈을 감고 있겠다고 생각했다.
3.
현실은 전혀 다르다.
아마 그림속의 맛있는 음식과 눈앞에 보이는 맛있는 음식과의 차이 정도의 천만배 정도라고 할까?
우리 꽁꽁이를 예를 들어보자
꽁꽁이는 집에서 밥을 먹을때(학교에서 밥을 먹는때는 전혀 다르다 고 한다.)
밥을 먹으면서 학교에서 있었던 이야기 먹기싫은 것들 옆사람이 뭘 먹는지
왜 그렇게 먹는지의 모든 것을 시시콜콜 참견한다.
그러면서 누가 자기에게 밥을 먹여줄수 있는지 끊임없이 물어본다.
이런 식이다.
꽁꽁 : 오늘은 학교에서 누가 나한테 뭘라고 하고 나는 그런데 아빠 그건 무슨 맛이야 웩 맛없어 보이는데 맛있어 나도 먹어볼까 아니야 안먹을래 매워보여 그런데 아빠 나 밥먹여줘 응? 알았어 내가 먹을게 그런데 여기 국물에 이상한게 떠있어? 벌레아니야? 깨라고? 난 깨 안먹었는데 벌레알 아니야? 아 맞다 내가 브로콜리 먹다가 흘렸었지 맞아 미안 근데 엄마 나 밥 먹여줘 내가 먹으려니까 너무 힘들어 알았어 내가 먹을게
이런 식이니 언제 밥을 먹고 언제 씹을 시간이 있을까?
가족이 다 같이 식사를 시작하면 항상 마지막에 남는 사람은 꽁꽁이다.
그걸 옆에서 계속 이야기 해주면서 기다리는 사람의 심정은 어떻겠는가?
다른 예를 들어보자
학교가기전이나 자기전에 양치질을 하라고 한다.
그러면 양치질을 하러간 꽁꽁이는 함흥차사다
몰래 화장실에 가서 귀를 기울이면 누군가와 대화중이다.
꽁꽁 : 난 이 거품이 싫어 너무 많이 나 그리고 또 침을 많이 나오게 해서 말하기가 어렵잖아 그런데 저번 치약보다는 이게 좋기는 해 저번것은 너무 매웠는데 이것은 딸기 맛이 나거든 그리고 칫솔 너는 내말을 잘 들어야해 매번 도망치지 말고 나도 빨리하고 싶은데 네가 도망치니까 늦을때도 있잖아
칫솔, 치약과 한판, 아니 세~네 판을 치른 후에야 겨우 끝이나서 나온다.
그리고는 잘했다는 듯이 씨익 웃는다 왜 칭찬안해주냐는 듯
이제 저녁에 잘때는 그나마 괜찮다 피곤하고 잠에 겨운 사람은 우리 둘 뿐이니까
아침 등교길에는 정말 일분 일초를 다투게 한다.
아침을 먹이고 양치질과 세수를 시킨후에 집안 정리를 하고 학교에 가려고 하면
아직도 화장실에 있다
뭐 하나 보면
치솔을 물고 변기에 앉아있다
아빠 : 뭐해?
꽁꽁 : 쉬해
아빠 : 알았어 다 하고 양치질하고 세수하고 나와
꽁꽁 : 응
한참이 지나도 안나온다 체감상으로 100년은 지난거 같다
아빠 : 뭐해?
(안에서는 계속 다양한 이야기 소리가 나온다)
꽁꽁 : 응가해
아빠 : 아까 쉬 아니였어?
꽁꽁 : 똥도 나와
한숨이 절로 나오고 이마에 핏대가 서고 목까지 화가 치밀어 오르지만
극도의 인내심으로 참고 다시 한번 말한다
아빠 : 빨리 싸고 씻소 나와
꽁꽁 : 응
항상 밝다
또 다시 1000년이 지난것 같다
변기 물내리는 소리가 들린다.
이제 거의 끝나간다.
그런데
우는 소리가 들린다.
아빠: 왜그래 무슨일이야 넘어졌어? 똥꼬가 아파?
꽁꽁 : 아니 아빠가 빨리 안한다고 화냈잖아 무서워
절대 화를 안냈다. 고 하지만 아이는 이미 느꼈나 보다
한바탕 화해와 사랑의 재스처와 꼭 껴안기가 끝나고서야 모든 상황이 끝났다.
등교시간까지 10분밖에 안남았다.
이제 남은것은 뛰는 것이다.
겨우 일분을 남겨놓고 들어보냈다.
온 몸은 땀 투성이고 하얗게 불태웠건만
시간은 아직 9시 51분
4.
이런 시간이 무한히 반복해야 한다.
정말 무한히 반복해야 한다.
그런데 아직 초등학생이다.
이제 1학년이다.
아직도 1학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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