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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학부모일기

43일째(2021.4.13.)

by 마도사친구 2021. 6.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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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꽁꽁이네 같은 반 아이들 대부분이 한글을 읽고 쓸줄 안다고 한다.

난 꽁꽁이에게 한글을 읽는 방법만 알려줬다.

한글은 초등학교에서 배울 것이고 한국사람으로서 점점 나이가 들면서 한글을 모를수는 없다는 생각에서 였다.

뭐 약간의 걱정은 있었지만 크게 걱정하지는 않았다.

담임선생님과 이야기를 했을때도 읽을 줄 알기 때문에 큰 걱정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언제나 문제는 다른 곳에서 나타난다.

나 : 오늘은 학교 잘 다녀왔어? 재미있게 놀았어?

꽁꽁 : 아니 나 약간 속상했어

나 : 왜? 무슨일 있었어? 누가 꽁꽁이 때렸어?(왜 이런 말밖에 생각이 안나는 건지 반성중이다)

꽁꽁 : 오늘 공부할때 옆 친구 이름쓰는 게 있었는데 난 글씨를 잘 모르잖아 그래서 못썻어

나: ...... 많이 속상했어?

꽁꽁 : 조금 속상했지만 괜찮아

나 : 그래 잘했어 나중에 공부하면 쓸수 있을거야

꽁꽁이는 마치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 깔깔거리며 웃고 장난치고 놀았다.

그런 모습을 보며 내가 조금 더 가르쳤어야 하는 것인가

이런 조그마한 좌절도 이겨내게 가르쳐야 하는 것인가

내가 너무 우리나라 실정을 모르는 것인가

등등의 생각이 많아졌다.

한참을 생각을 하고 있으니

꽁꽁 : 아빠 이상그만 쓰고 나랑 놀아줘 이야기 해줘

그렇게 고민은 놔두고 열심히 놀이를 했다.

2.

꽁꽁 : 아빠 내일이 무슨날인줄 알아?

아마 겪어보신 분들은 알것이다.

아내든, 여자친구든, 딸이든 누군가가 이렇게 묻는다면

내일은 무슨 날인거다.

난 시험볼때도 잘 쓰지 않던 머리를 총동원했다.

2021년 4월 14일 수요일

결혼기념일 아니다 와이프 생일 아니다 내 생일 아니다 꽁꽁이 생일 아니다

만난날 아니다(아닌가?) 제사 아니다. 장모님 장인어른 생신 아니다.

첫키스, 꽁꽁이 기념일(그런게 있었나?)

식은땀이 날정도로 머리를 돌렸다.

와이프는 저쪽에 있어서 이쪽의 상황을 몰랐다.

빨리 핸드폰을 들고 캘린더 앱을 열었다.

아무것도 표지된게 없다.

방에 있는 탁상달력을 봤다.

역시 아무것도 표시된게 없다.

뭐지 뭐지 뭐지

꽁꽁 : 아빠 뭐해 내일이 무슨 날인지 몰라?

난 최대한 평정심을 유지한것처럼 보이며 다시 물었다.

나 : 당연히 알지 근데 꽁꽁이는 무슨날인지 알아?

꽁꽁 : 나도 알지 4월 14일 잠깐만 월화수목금토일 수요일이잖아

나 : 맞아 그러니까 무슨날이냐고

꽁꽁 : 4월 14일 수요일이라고

맞다 내일은 2021년 4월 14일 수요일이었다.

다시는 오지 않은 단 하루만 있는 2021년 4월 14일 수요일을 난 몰랐던 것이다.

하루의 피로가 갑자기 내 어깨를 짖눌렀다.

땀에 젖은 옷을 갈아입고 샤워가 하고 싶어졌다.

꽁꽁 : 그럼 오늘은 무슨날이게

나 : 음 오늘은 2021년 4월 125일?

꽁꽁 : 땡 오늘은 2021년 4월 13일 월화수목금토일 화요일이지요

하루하루 더 많은 것을 알아가는 꽁꽁이를 보며

나도 하루하루 좀 더 슬기롭고 알차게 보내야 겠다는 생각을 잠깐했다.

나 : 아빠 샤워하고 올게

꽁꽁 : 아빠 나랑 놀아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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