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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학부모일기

42일째(2021.4.12.)

by 마도사친구 2021. 6.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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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세상 살아가는게 자기 마음대로 되는 것이 없다지만

자식에 대한것은 더 한것 같다.

내가 내 아이를 키우면서 몇가지 다짐한것이 있었다.

무조건 건강하게 키우자. 공부를 강요하지 말자. 예의범절을 아는 아이로 키우자. 등 몇가지가 있었다.

그리고 그것에 배경으로 엄한 부모가 되자는 다짐도 있었다.

지금 돌이켜 보면 아무것도 모르는 순진한 생각이었다.

나는 절대 엄한 부모가 되기 어려운 성격이었다.

고슴도치도 제 새끼가 이쁘다고 하지만 꽁꽁이가 내 눈에는 너무 사랑스러웠다.

진짜 너무 너무 사랑스러웠다.

항상 안고다니고 뽀뽀하고 뭐든지 다 해주고 싶었다.

그래서 엄부(嚴父)가 못되었다.

주위 사람들이 꽁꽁이에게 껌뻑 죽는 사람이라고 한다.

나도 자제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어떻게 하랴

내 눈에 너무 예쁘고 사랑스러운 아이인걸

그래도 시간은 흐르고 내 팔뚝만하던 아기가 이제 가방을 메고 초등학교를 다니는 학생이 되었다.

이제는 제법 남과 비교도 하고 싫고 좋고가 분명한 사람이 되었다.

일기예보에 비가 온다고 했다. 등교시간에 밖으로 보니 아직 비는 오지 않았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우산을 챙겨서 가자고 했다.

나 : 꽁꽁아 우산도 챙겨가자.

그리고는 페파피그 캐릭터가 그려진 우산을 커냈다.

꽁꽁 : 아니 다른 우산 가지고 갈래

나: 왜 이 우산 어디가 망가졌어? 아빠가 고쳐줄게

꽁꽁 : 아니야 그냥 다른 우산 투명한 우산 가지고 갈래

그때 알아챘다. 캐릭터 있는 우산이 부끄러웠던 거였다.

그렇게 투명한 우산을 챙겨가는 꽁꽁이의 뒷모습을 보면서

한명의 사람으로 대해야 한다는 생각을 다시 한번 했다.

꽁꽁 : 뭐해 빨리와

그래도 너무 사랑스럽다.

2.

등교시간에 비가 오지 않아서 그런지 꽁꽁이네 같은 반 친구들중에는 우산을 챙기지 않은 아이들이 많았나보다.

하교때 보니 꽁꽁이가 좌우로 한명의 친구들과 같이 조그만한 우산을 같이 쓰고 나오는 모습을 봤다.

또 나도 모르게 코끝이 시큰해졌다.

지금처럼 그렇게 친구들을 위하는 사람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다.

그때

꽁꽁 : 아빠

꽁꽁이가 나를 보고 손을 흔들자

시큰해진 마음과 비가 내리는 날씨는 어디가고

내 마음은 봄 볕의 햇살같이 스르륵 녹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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