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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학부모일기

132일째(2021.7.11.)

by 마도사친구 2021. 7.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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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꽁꽁 : 아빠 나 배우고 싶은게 있어

 

 

2.

 

내가 어릴때 부모님께 뭘 배우고 싶다고 한적이 있었나 생각해 봤다.

부유하지 않은 형편에

아니 사실은 가난한 형편에

반지하 한칸 방에서 네식구가 사는 집에서

뭔가를 배우는것은 사치였다.

물론 그렇다고 집에서만 공부한것은 아니다.

합기도, 피아노 학원도 다녀봤고, 집에서 하는 학습지도 했었다.

뭐 남들처럼 국영수 따로 지속적으로 배운 적은 없었다.

나처럼 소심한 첫째는 그런것에 예민하다.

그래서 꽁꽁이가 배우고 싶다고 하면 뭐든 가르치고 싶었다.

물론 주짓수, 태권도, 피아노, 복싱 모두 실패했다.

 

 

3.

 

그런데 배우고 싶은게 있다고 한다.

이 얼마나 좋은 소리인가?

나 : 그래? 뭔데 뭘 배우고 싶어?

나는 나대로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인라인을 배우니까 다른것도 배우고 싶어졌나?

아님 국어를 배우니 영어를 배운다고 할려나?

꽁꽁 : 나 피아노 배우고 싶어?

나 : 피아노?

피아노가 뭐지? 갑자기 피아노가 왜 나오지?

꽁꽁 : 이렇게 하는거 있잖아

봤어야 한다

그 조그마한 손가락으로 공중에 피아노를 치는 흉내를 내는 모습을

나는 이미 장기도 팔 수 있었다.

하지만 현신을 만만치 않았다.

코로나로 인해 학원들은 다들 문을 닫았고 어디서도 피아노를 배울수가 없었다.

 

 

4.

 

자려고 누웠을때

다시한번 이야기를 했다.

나 : 꽁꽁아 지금 코로나때문에 학원을 갈수가 없어

그래서 한달동안은 집에 있는 조그만 전자피아노를 유튜브로 배우고

한달 지나고 나서도 지금처럼 피아노가 배우고 싶으면 그때 학원보내줄께 어때?

수능결과를 기다리는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꽁꽁이의 입을 쳐다봤다.

꽁꽁: 응 좋아

생각보다 수월하게 대답이 나왔다.

꽁꽁 : 그런데 나 피아노말고 발레도 바이올린도 배우고 싶은데

나 : 엉 발레, 바이올린까지

꽁꽁 : 응

아내 : 좋아 한달동안 노력하는거 봐서 배우게 해줄께

갑자기 꽁꽁이는 도리질을 한다

꽁꽁 : 아니 노력하지마 제발 노력하지만 노력하지마 엄마랑 노력안할거야

아내와 나는 그 모습을 보고 폭소를 터뜨렸다.

나 : 도대체 어떻게 한글을 가르치길래 그래?

아내 : 으휴 나중에 봐봐

그렇게 오늘도 하루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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