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나 : 못 참겠어 자고나면 입냄새, 방구냄새
꽁꽁 : (무미건조한 목소리)아빠 전화 끊는다
뚝
나 : 뭐라고 안들리....
나 : 진짜 끊어버린거야? 너무하네
2.
나는 장난치는 걸 좋아한다.
어릴때는 동생에게
여자친구가 있을때는 여자친구에게
와이프가 있을때는 와이프에게
이제는 와이프와 꽁꽁이에게 장난을 친다.
지금은 장난을 칠 상대가 와이프와 꽁꽁이 밖에 없다.
그래서
항상 이런 말을 듣는다.
와이프 : 나이 값 좀 해, 철 좀 들라고
꽁꽁 : 철 좀 들어, 장난 좀 그만쳐
3.
꽁꽁이는 어릴때부터 나의 주된 장난의 대상이었고
(지금 생각해 보니 약간 미안하네요)
어느 정도 면역이 되어 있다.
문제는
나는 아직 꽁꽁이의 반응에 면역이 되어 있지 않다
4.
와이프의 경계는 정확히 알수 있다.
눈썹을 떨림, 입술의 움직임, 얼굴 표정의 변화 등등
물론 꽁꽁이도 경계를 정확히 알수 있다.
날 째려보는 눈, 얼굴의 표정, 무시하는 눈빛 등
그런데 전화로는 그런게 파악하기 힘들다.
5.
더운거만 빼면 평소와 같은 날이었다.
집에 전화를 걸었고 수화기 너머에서 한글공부하는 꽁꽁이의 소리가 들렸다.
책의 한 구절이었다.
전화기 : 너무 더워 못 참겠어
나는 '못 참겠어' 라는 말에 장난을 치기로 했다.
나 : 나도 못참겠어 꽁꽁이 입냄새, 발냄새, 방구냄새
꽁꽁 : 아빠 너
나 : 정말 못참겠어 자고나면 입냄새 방구냄새 못 참겠어
꽁꽁 : 아빠 전화 끊는다.
뚝
전화는 바로 끊겼다.
꽁꽁이 녀석 1초의 망설임이나 나의 반응은 생각지도 않았다.
6.
갑자기 등줄기에 식은 땀이 났다.
집에가면 어떤 표정으로 와이프와 꽁꽁이가 날 볼까 겁이 났다.
회사라면 연차라도 쓰고 도망이라도 갈텐데
집은 꼼짝없다.
갑자기 두려움이 온몸을 휘감았다.
그 쌀쌀함을 마주해야 하다니
진짜 못참을것 같다.
가면서 선물한 것을 사가야 겠다
뭘 먹고 싶어했는지 머리속이 1000% 회전하기 시작했다.
세상 사는거 참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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