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내 아이가 다치는 것도 무섭고
다른 아이가 다치는 것도 무섭다.
2.
내 아이가 누구를 다치게 하는 것도 무섭고
다른 아이가 내 아이를 다치게 하는 것도 무섭다.
3.
갑자기 아내에게 전화가 왔다.
목소리가 잔뜩 움츠러있었고 떨고 있었다.
아내 : 학교에서 일이 좀 있었어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순간 수백만가지 생각이 머리속을 떠다녔다.
나도 갑자기 손이 떨리고 어지러웠다.
아내 : 꽁꽁이 반에서 일이 있었어 꽁꽁이네 반 친구가 화장실 앞에서 넘어져서 다쳤데
나 : 많이 다쳤데 꽁꽁이도 같이 다친거야? 꽁꽁이가 민거야?
아내 : 들어봐 그 친구는 화장실에서 어디에 걸려서 넘어졌고 피가 나서 병원에 갔데
그리고 꽁꽁이가 민것은 아니고 뛰지 말라고 했는데 세명이서 뛰다가 그랬나봐
나 : 그래서 그 친구는 많이 다쳤데?
아내 : 아직 몰라 병원에 갔다고 하니까 오후에 선생님을 통해서 알게 되지 않을까?
나 : 응 알겠어 너무 놀라지 말고 저녁에 다시 이야기해
4.
이기적이게도
내 아이가 다치지 않았다고 하니 우선 안심이 되었다.
그리고 다친 아이와 그 부모가 얼마나 놀랐을지 걱정이 되었다.
또 한편으로 그 아이와 부모에게 위로의 말을 전하고 싶었는데
다양한 생각이 떠올랐다.
혹시 위로의 이야기를 하는것이 꽁꽁이의 잘못으로 인식되어 불이익이 되지는 않을지
간접적으로 꽁꽁이에게 학교에서 불이익이 가지는 않을지, 학교생활에서 위축이 되지 않을지 등등
다양한 생각이 머리속을 복잡하게 했다.
5.
나중에야 일의 진상을 들을수 있었다.
우선 세명의 아이가 있었다. 세명다 장난꾸러기에 같이 어울리는 친구였다.
A(다친아이), B, 꽁꽁이 세명이다.
A는 평소와 같이 꽁꽁이를 놀렸다. 자기 엉덩이를 때리며 꽁꽁이를 놀렸고
꽁꽁이는 뛰어서 잡으러 갔다. 거기에 B 가 합류했다.
A와 B가 같이 앞서가고 꽁꽁이가 뒤에서 쫒아가다가 A가 넘어졌다고 한다.
그리고 피가 나서 병원으로 갔다는 이야기였다.
물론 이 이야기는 사실과 다를수가 있다.
꽁꽁이의 이야기, 꽁꽁이 친구와 친구엄마를 통해서 들은 이야기였다.
A가 먼저 꽁꽁이를 놀렸고 잘 뛰어가다가 턱에 걸려 넘어졌다고 한다.
여기서 또 고민이 시작되었다.
나는 꽁꽁이에게 어떻게 이야기를 해야 할까?
학교에서 뛰지 말라고 했는데도 뛰면서 장난친 꽁꽁이를 혼내야 할까?
꽁꽁이를 놀리고 뛰다가 다친 친구에게는 어떤 이야기를 전달해야 할까?
과연 나였다면 꽁꽁이가 꽁꽁이의 잘못으로 다쳤다면 다른 친구들을 원망하지 않을까?
6.
꽁꽁이는 많이 위축되어 있었다.
평소와 같이 뛰지도 오버하지도 장난치지도 않았다.
그 모습이 불쌍하면서도 안쓰러웠다.
다시한번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물어봤다.
꽁꽁 : 나는 더 이야기 하기 싫어 엄마한테 들어
나: 왜 엄마가 많이혼냈어? 아님 선생님이 혼냈어?
꽁꽁 : 아니 그냥 이야기 하기 싫어
나 : 알겠어 아빤 그냥 어떤 일이 있었나 알고 싶어서 물어본거야 그럼 나중에 아빠에게 이야기 해줄거야?
꽁꽁 : 그건 생각해 봐서
나 : 알겠어 그럼 나중에 이야기 해줘 아빠가 항상 사랑하는거 알지 그리고 꽁꽁이는 아빠 최고 보물이야
꽁꽁 : 응 알아
7.
내일 꽁꽁이 친구가 얼마나 다쳤는지 확인와 안부도 확인해야겠다.
그 친구의 이야기도 듣고 더불어 미안한 마음도 같이 전해야겠다.
인간된 도리라면 부모된 도리라면
당연히 그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중에 어떤 말을 들을지라도
8.
과거 어디서 읽은 내용이 생각이 났다.
"부모의 사과는 아이를 위해 있는 것이다."
이제 나도 그럴때가 왔나보다.
'초등학교 학부모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123일째(2021.7.2.) (0) | 2021.07.06 |
---|---|
117일째(2021.6.26.) (0) | 2021.06.30 |
115일째(2021.6.24.) (0) | 2021.06.25 |
114일째(2021.6.23.) (0) | 2021.06.24 |
110일째(2021.6.19.) (0) | 2021.06.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