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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학부모일기

115일째(2021.6.24.)

by 마도사친구 2021. 6.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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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오후 9시 아직 회사

갑자기 집에서 전화가 온다.

난 왠지모르게 죄책감과 회의감이 든다.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보겠다고 아직 저녁도 못먹고 이러고 있나'

'집에서 날 기다리는 아내와 꽁꽁이가 있는데 '

'여긴 어디 난 누구'

조심스럽게 핸드폰의 통화버튼을 누른다.

 

 

2.

 

꽁꽁 : 아빠 나 잘거야

나 : 이제 자려고 오늘 재미있었어?

꽁꽁 : 응 재미있었어 근데 거기 물이 고여있어서 힘들었어

(인라인 스케이트를 배우고 있는데 스케이트장에 물이 고여있었다는 이야기)

나 : 이제는 잘 타겠네 아빠 보다 더 잘타겠다 나중에 아빠 가르쳐줘

꽁꽁 : 응 알겠어 이제 나 둥글게도 탈수있어

(스케이트장의 곡선 코너 구간을 지날수 있다는 의미)

나 : 이야 대단하네

꽁꽁 : 아빠 나 졸려 이제 잘거야 잘자 사랑해

나 : 아빠도 사랑해 잘자

꽁꽁 : 알겠어 그리고 나 자도 이야기 들려줘

나 : 알겠어 자고 있어도 꽁꽁이 귀에 대고 이야기 해줄께

꽁꽁 : 응 끊어

 

 

3.

 

한참동안을 핸드폰을 귀에서 떼지 못했다.

핸드폰을 귀에서 떼면 가슴속에 남아 있던

꽁꽁이의 '아빠 사랑해' 라는 목소리가 사라져 버릴것 같았다.

또 한참이 지나

서서히 핸드폰을 든 손을 내렸다.

목소리가 사라져 버리면 다시 들 생각이었다.

하지만 목소리는 그대로 내 가슴속에 남아있었다.

덥고 습한 저녁에 따스한 훈풍이 나를 감쌌다.

 

 

4.

 

키보드 위에서 손가락이 춤을 췄다.

뭐라고 쓰는지 뭘 쓰는지 왜 쓰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나는 그저 1초, 0.0001초라도 아내와 꽁꽁이가 보고 싶었다.

서둘러 일을 마무리하고 집에 가는 버스를 탔다.

늦은 시간이라 그런지 사람도 없고 길도 막히지 않았다.

아마 버스기사분의 마음도 나와 비슷할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5.

 

집안은 깜깜했다.

서둘러 씻고 조용히 방으로 들어갔다.

방안에도 어둠이 깃들어 있었다.

하지만 그 안에는 포근함이 같이 있었다.

조용한 숨소리

머리맡에 가서 잠든 꽁꽁이를 보았다.

목욕을 했는지 베이비로션 향이 났다.

혹시 열은 없는지 이마를 짚어봤다.

열은 없었다.

사실은 그냥 만져보고 싶었다.

아무도 없었지만 핑계라도 만들어야 할거 같았다.

배가 나온 옷을 내려주고 배에 이불을 덮어줬다.

하지만 금새 차버린다.

분명 잠들어 있었는데

또 한참을 보게된다.

조용히 볼에 뽀뽀를 하고 방을 나왔다.

 

 

6.

 

그렇게 하루가 끝나간다.

충전을 했으니 또 열심히 살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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