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어제 오랜만에 가족과 만나고
제사를 지내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꽁꽁이가 고생을 많이 했다.
친척 언니오빠들과 장난을 치랴
괴롭힘 당하랴
자기것 지키랴
양보를 하랴
그래서 오늘은 근처 계곡으로 소풍을 갔다.
2.
근처에 꽤나 괜찮은 계곡이 있다.
물론 근처에는 다 식당들이 자리잡고 있지만
꼭 식당을 이용하지 않아도 계곡을 이용할수 있기에 소풍을 갔다.
역시나 들어가는 입구부터 차와 사람, 등산객으로 만원이었다.
또 자동으로 남들도 하고 나도 하게 되는 그 말이 입으로 나왔다.
"코로나 시국 맞나 몰라"
우리도 나오고서....(반성합니다)
3.
계곡도 만석이기는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겨우 좁은 자리 하나 차지하고
물놀이를 바로 시작했다.
아니 시작하려고 했지만 넘어야 할 관문이 남아있었다.
작년까지만 해도 (맞나 정확히 기억이...)
아무데서나 옷을 갈아 입혔던것 같다.
하지만 올해는 달랐다
나 : 꽁꽁아 여기서 수영복 갈아입자
꽁꽁 : 여기서? 사람들 다 쳐다보는데?
나 : 아무도 안봐
꽁꽁 : 싫어 화장실 없어?
나 : 있는데 엄청멀고 아마도 깨끗하지 않을지도 몰라 그냥 여기서 가라입자
꽁꽁 : 싫어 여기서 어떻게 갈아입어
역시 초등학생이네요
아니 제가 잘못했습니다 결국 아내가 나섰습니다.
아내 : 가지고 온 수건으로 아빠가 가려줄테니까 여기서 갈아입자 나무도 있고 수건으로 가리면 아무도 못볼꺼야
꽁꽁 : 음... 그래 좋아 대신 아빠 장난치지마 장난치면 나 아빠 아프게 때릴거야
벌써 장난칠줄 알았네요 이제 제가 뭘 할수 있겠습니까
전 그저 수건만 들고 고개도 돌리고 아무것도 못하고 서있었습니다.
꽁꽁 : 다 갈아입었다 아빠 가자
저는 그저 수건을 아내에게 던지고 꽁꽁이에게 손을 잡혀 계곡으로 끌려갔습니다.
아내는 야속하게 손만 흔드네요
저 수영복도 없는데
저 여벌의 바지랑 티셔츠도 안가지고 왔는데
4.
하지만 어떻게 하겠습니까
사랑하는 아이를 위해서 불에는 못뛰어들까요
하물며 더운여름에 시원한 물에야 기꺼이 뛰어들었습니다.
반바지를 허벅지 위까지 접고 발끝만 계곡 물에 담갔는데
물이 엄청 차더군요
다른 아이들과 부모들도 놀고 있길래 놀만한가 봤는데
전혀 아니었습니다
꽁꽁이도 들어가자마자 덜덜 떨더군요
나 : 꽁꽁아 추우면 나가서 과자라도 먹고 오자
꽁꽁 : 아니야 안추워 재미있어 아빠도 빨리 들어와
나 : 아니 뭐 필요한거 있으면 가지고 올께
꽁꽁 : 아니야 빨리 들어와
또 억지로 끌려 들어갔습니다
사람몸이 이상한게 얼음처럼 차갑다고 느꼈는데
막상 들어가서 노니 시원하고 좋았습니다.
물총으로 싸움도 하고 옷은 젖지 않으려고 필사적으로 노력했지만
결국 넘어져서 몸과 마음과 옷을 몽땅 젹셔버렸습니다.
이제 될대로 되라의 심정으로 꽁꽁이와 물장구도 치고 헤엄도 치고
물도 먹이고 장난도 치고 하며 즐거운 한때를 보냈습니다.
하루종일 놀고 나왔는데
시간상으로 한시간 반이 지났더군요
아내 : 벌써 다 논거야 뭐좀 먹고 쉬다가 다시 들어가
나 : 어? 또? 나 지친거...
꽁꽁 : 그래 좋아 나는 초코렛
그렇게 오늘 하루도 하얗게 불태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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