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벌 떨리고 숨이 막혀온다.
눈물도 난다.
"앞으로 5년간 내가 벌수 있는 돈은 얼마일까?"
"지금 갑자기 수입이 끊긴다면 무엇을 할수있나?"
"남들은 날 어떤 사람으로 평가할까?"
"사랑하는 우리 가족은 남들과 같은 생활을 할수 있을까?"
이런 생각들이 갑자기 머리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각 질문에 대한 답을 천천히 생각해봤다.
오래 생각할 필요도 없었다.
직감적으로 알수있었다.
온몸이 벌벌 떨리고 눈물이 났다.
옆에서 곤하게 자고 있는 가족들에게
미안함과 고마움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
지금까지 그렇게 따스한 웃음과 칭찬을 아끼지 않은 내 가족들.
생각해보면
난 모든 면에서 수준 미달인 가장이었다.
'앞으로 5년간 내가 모을 수 있는 돈도'
'지금 갑자기 수입이 끊기면 할 수 있는 일도'
'아무것도' 없었다.
결국 난 가장이 아니었다.
난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저 고집만 쎈 한 남자일 뿐이었다.
날 지탱해 준건 가족이었다.
이렇게 나 자신이 한심하고 초라한 적은 없었다.
이런 모습을 보이지 않은 것이 다행이었다.
한편으론 가족들이 자고 있는것이 조금의 위안이 되었다.
앞으로 길게는 40년을 산다고 할때
'내가 할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을까?'
'내가 보람을 느끼는 일이 무엇이 있을가?'
'많지는 않아도 지속적인 수입을 가져다 줄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을까?'
고민이 시작되었다.
너무도 순간순간이 고통스럽다.
가슴이 옥죄고 숨이 막힌다.
자부하고 고집했던 것들이 아무것도 아니게 되었다.
난 한 여자와 한 아이의 웃음 조차도 지키지 못하는 그런 사람이었다.
내가 그렇게 되지 말자던 한 남자의 모습과 닮아져 있었다.
내 나이 이제 41살
불혹의 나이가 되었는데
이제 나는
'내가 누군인지?'
'내가 뭘 하고 싶은지?'
'뭘 해야 하는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또 다시
도망치고 싶다.
아무것도 아무생각도 하고 싶지 않다.
옆에서 아이가 그렁그렁 코를 곤다.
마치 나의 가슴을 어루어 만져주는 것 같다.
난 더이상 도망치지 않는다.
난 보잘것 없고 약한 사람이지만
난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지만
내 가족은
내 아이는
내 부인은
세상 어느누구보다 행복해도 되는 사람들이니까
한동안은 계속 가슴이 옥죄고 고통스럽더라도
현실을 고민하고 고민하고 고민해야겠다.
지금껏 시간을 헛되이 보낸
나 자신의 형벌이니까
난 아직도 아이다.
이젠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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