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내 새끼..."
나의 부모님 세대에서는 자주 이런 표현을 사용하셨다.
저게 어떤 뜻인지 어떤 의미인지 자세하게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그냥 대충 '열손가락 깨물면 아프지 않은 손가락 없다.' 정도로만 이해하고 넘어갔다.
나에겐 그 정도로도 충분했다.
난 뽀뽀를 좋아한다.
뽀뽀를 울보(나의 평생의 동반자의 애칭이다.)와 딸은 결코 좋아하지 않는다.
이유는 너무 자주 한다는 것이다.
결국 일을 터졌다.
어느날 딸은 나의 기습뽀뽀 이후 대성통곡을 했다.
"아빠하고 뽀뽀 하기 싫었어"라는 폭탄 발언과 함께...
그 말의 충격은 어떻게 표현 할 수 없을 정도였다.
그 날밤 약간의 배신감 마저 느끼며 자는 딸의 모습을 한참을 쳐다보았다.
다음날 나는 딸 아이를 독립적인 인격체로 인정을 해야했고
뽀뽀를 하고자 할때는 미리 물어보고 꼭 허락을 받고 하기로 합의했다.
(정말 쉬운일은 아니다)
몇달이 흘러
어제 퇴근 후 딸을 목욕 시켜줄 때였다.
몇일동안 나의 삶과 미래, 우리 가족 등으로 고민을 하고 있다.
그런 고민때운인지 나의 표정이 어두웠나 보다.
갑자기
"아빠 우리 뽀뽀놀이 할까?"
"어떻게 하는건데?"
"입술을 쭉 빼고 코랑 입술이랑 붙이고 있는 거야?"
"그게 끝이야?"
"아니야 먼저 떨어지면 지는 거야?"
난 이미 졌다.
나의 딸이 귀엽게 입술을 내밀며
"아빠 빨리"를 외치는데
몇일간의 고민, 걱정, 괴로움이 다 사라졌다.
물론 게임에서도 내가 졌다.
내가 먼저 입술을 떨어뜨렸고
"아빠 졌다. 다시 한번"
그렇게 세판을 했고 내가 세판을 계속 졌다.
목욕을 마치고 딸을 엄마에게 내보내고
샤워를 하면서 오랜만에 울었다.
많은 감정이 엉켜있었다.
현실에서 해결된 것은 없지만
핸드폰 배터리처럼
영양제나 보약을 먹은것처럼
내 안이 무언가로 꽉 채워졌다.
이제야 우리 부모님들의 말이 이해가 되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내 새끼"
정말이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내 딸"
소중한 나의 보물 딸아!
항상 건강하고 지금처럼 밝게 자라다오.
그렇게 나는 점점 부모가 되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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