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는 화요일날 아침 7시 3분
440번 버스를 탔다.
버스에 올라타서 카드를 찍었다.
버스 기사님이 말씀을 하신다.
"어서오세요. 바닥이 미끄러우니 조심하세요."
나는 이어폰을 빼고 꾸벅 인사를 했다.
나와 같이 탄 몇사람에게 계속 인사를 하신다.
그러려니 했다.
"오늘은 비가와서 바닥이 미끄럽습니다 손잡이 꼭 잡으세요. 출발합니다"
주위에 듣는 사람은 없는데도 계속 말씀을 하신다.
다음 정거장에서도. 또 그 다음 정거장에서도. 다음 정거장에서도
(쓰다보니 정거장과 정류장의 단어의 차이가 궁금해진다.)
계속 기사님은 말씀을 하신다.
"어서오세요 고맙습니다. 바닥이 미끄럽습니다. 손잡이 꼭 잡으세요. 여기는 000입니다. 조심히내리세요."
내가 내릴 정거장이 되었다.
마음속으로 고민이 시작되었다.
앞쪽으로 내리면서 "감사합니다"라고 말할까?
앞쪽으로 내리는데 타는 사람이 많으면 어떻하지?
뒤로 내리면서 큰소리로 "감사합니다" 할까?
그냥 내릴까? 등등
매 정거장마다 쉼없이 인사를 하면 힘이 많이 들것이다.
기사님의 목도 많이 아프실거라고 생각된다.
상대의 반응이 없을때 혼자 말하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 잘 알고 있다.
(많은 아르바이트를 하다보니 알게 되었다. 특히 전단지나 설문조사 아르바이트 같은 경우가 그렇다.)
기사님의 목소리는 전혀 사무적이지 않았고 기본 좋은 감정이 실려있었다.
그런 분이 주변 사람들의 무관심으로 인해 기분 좋은 인사가 없어지지 않을까하는 걱정이 되었다.
내릴 정거장은 다왔고 잠시 딴 생각을 하다가 부랴부랴 내리게 되었다.
역시나 인사는 못했다.
기사님께 죄송했다.
기사님이 들을수 있게 고맙다고 감사하다고 말하고 싶었다.
아무도 않듣는게 아니라고 제가 듣고 있고 감사해 하고 있다고 말하고 싶었다.
나중에라도 440번 버스를 타게 된다면
타면서 "안녕하세요"나 "네 감사합니다" 라고 인사를 건내야겠다.
440번 버스 기사님 계속 좋은 운행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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