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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학부모일기

91일째(2021.5.31.)

by 마도사친구 2021. 6.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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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우리 아버지 세대에서는 출근과 퇴근때 인사를 받는 것이 일종의 예의 였다.

다같이 일어나서 아침을 먹고

출근하는 아버지는 배웅하는 것이 일과였고 예의 였다.

퇴근하는 아버지에게 모든 가족이 인사를 했다.

아버지는 가끔 뭔가를 사서 가족들에게 나눠주셨다.

그게 치킨일때도 빵일때도 케익일때도 있었다.

(이런 기억이 추억이 있는 것도 옛날 사람이라는 증거인지...)

2.

요즘의 나는 아침을 내가 알아서 먹는다.

결혼 후 많은 것이 바뀌었지만

아침을 먹지 않는 것도 하나의 일상이 되었다.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논외로 하겠다.

지금은 그렇다는 것이다.

3.

누가 날 배웅해 주는 것이 이렇게 기분이 좋고 가슴이 아픈것인줄 몰랐다.

당연히 가끔은

일찍 일어난 아내나 꽁꽁이가 현관앞까지 잘 다녀오라며 인사를 해준다.

꽁꽁이가 어릴때에는

가지 말라며 울고

더 놀아달라며 울는 것은

정말 생이별 하는 듯 떨어뜨려놓고 나가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 초등학생이 된 꽁꽁이는 그러지 않는다.

그저 해가 뜨고 달이 뜨고

여름이 오고 겨울이 오는 것처럼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지금 나가면 나중에 올거라는 것을 아는 것이다.

4.

그런데

오늘은 달랐다.

어쩐일인지 어제 늦게 잠이 들었음에도(늦었다고 해도 10시에 잠들었다.)

아침에 일찍 잠에서 일어났다.

잠시 장난도 쳤다.

그리고 나갈때가 되니 쪼르르 달려나온다.

마치 뭐마려운 강아지처럼 쫒아다닌다.

당연하게 현관앞에서 인사를 하고 나가는데

이번에는 같이 신발을 신는 것이다

나: 어디가려고?

꽁꽁 : 아빠 따라갈거야?

나 : 아빠 회사에 가는 거 볼거야?

꽁꽁 : 같이 갈거야

나 : 그래 같이가서 아빠 일하는거 볼래?

꽁꽁 : 응

그렇게 현관을 넘어 밖까지 따라나왔다.

하지만 내복차림이라 부끄러웠는지

더이상 따라나오지는 않았다.

나 : 나와 같이가자

꽁꽁 : 싫어 안갈래 아빠 잘 다녀와 빨리 오고 와서 나랑 놀자 이야기도 들려줘

나 : 그래 알았어

길목에서 혼자 오두방정을 떤다.

하트를 그리고 엉덩이를 흔들고 손뽀뽀를 날린다.

길 한가운데에서 나도 하트를 그리고 춤을 추고 오두방정을 떨었다.

한참을 그렇게 하고 버스를 타러 나갔다.

5.

가슴한켠이 쓰려왔다.

행복하고 너무 기분이 좋고 뭐라 말 할수 없는 감정이 드는데

한편으로 불안하고 너무 무섭다.

저렇게 밝고 맑고 순수한 아이를

내가 잘 키울수 있는지

세상이 어떻게 변화시킬지

그걸 어느정도까지 내가 보호해 줄수 있을지

옆에서 힘이 될수 있을지

나 자신이 한없이 초라해지고 나의 무능력이 한심했다.

저렇게 잘 자라준 꽁꽁이가 너무 고마웠다.

아침부터 많은 생각이 머리속을 스쳐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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