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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so한 stooory

누군가의 호의를 의심하다.

by 마도사친구 2019. 12.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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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의를 호의로 생각하지 못하는 사회는 어떻게 될까? 예전 우리 부모님 세대에는 지나가다 목이 마르면 근처 집에서 물 얻어 마실수 있었다. 전혀 모르는 집이라도 말이다. 길에 쓰러진 사람이 있으면 가서 무슨일인지 확인하고 도움이 필요하면 도와주었다. 어린 학생에게 훈계를 하는 어른들이 있었고 그런 훈계를 당연시 생각하는 학생들이 있었다. 남녀가 길에서 싸우면 반드시 말리고 시시비비를 가려 주는 사람들이 있었다.

바꿔서 요즘을 생각해 보자. 위의 일들을 지금 한다면 어떻게 될까? 경찰서에 가거나 뉴스에 나오지 않을까? 최소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등장하게 될것이다. 가십거리로 생각하거나 경각심 조장을 위한 개시물이 된것이다.

 

예를 들면 이런식으로 말이다.
 '대낮에 집에 칩입해 물을 마시고 사라져'
 '길에 쓰러져 5시간 방치후 사망, 100여명이 지나쳐가'
 '길거리 흡연 훈계에 학생들 집단 폭행'
 '연인간 다툼 말리려다 고소당해' 

나는 보통사람으로 호의를 호의로 받을 수있다고 생각했다. 오늘 한 사건이 있기 전까지는 말이다. 얼마전 집을 정리하다 예전 노트북에서 나온 부속품을 찾았다. 1기가바이트짜리 램 2개였다. 다른 노트북을 가지고 있고 쓸모도 없고 팔기는 오래된 물건이어서 인터넷에 나눔을 신청했다. 바로 연락이 닿아 오늘 램 2개를 잘 나눔했다. 여기까지는 아무런 문제도 없었다. 문제는 나눔을 받는 분이 고맙다는 표시로 박** 한병을 주셨다. 그리고 이런 대화가 잠깐 오갔다. 
"감사합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꼭 필요했습니다. 작은 성의로 이것 드십시요."
"별거 아닌데 감사합니다. 잘 마시겠습니다."

그리고는 박**를 잘 받아서 돌아왔다. 돌아오는 길에 손에 든 박**을 마시려다가 문득 여러 생각이 들었다. '저 사람이 여기에 장난을 쳤다면 어떻하지?, 이거 마셔도 되나?, 내가 마시기는 좀 그러니 차라리 다른 사람을 줄까?, 다른 사람은 이런 생각을 안할까?, 그냥 버려야 하나?, 뜯지도 않은 새것인데? 차갑기까지 한데?'

잠깐 사이에 많은 생각이 들었고 결국 그 박**는 아직 내 책상위에 놓여 있다. 

분명 나눔을 받는 분은 작은 성의 표시로 사온것이 분명할 것이다. 호의의 표시였을 것이다. 그런데 나는 그것을 호의로 받지 못했다. 호의를 표현한 마음은 받았으나 단지 그것 뿐이었다. 내가 잘못된것인지 너무 많은 않좋은 뉴스에 노출이 된건지 생각을 해보았다. 인터넷이나 뉴스에 나오는 사건들은 극히 희박한 확률의 사건들인데 나는 그런것에 영향을 받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나는 나의 행동들을 반추해 보았다. 분명 나는 성의라고, 호의라고 표시한 것이 다른 사람들을 불편하게 하거나 다른 의미로 전달이 되지 않았을지 걱정이 되었다. 

앞으로 나는 어떻게 다른 사람에게 성의와 호의를 표현해야 할까? 결국 호의를 호의로 받지 못하는 사회, 성의를 성의로 받지 못하는 사회가 어떻게 될까? 결코 좋은 모습은 아닐것이다.  그런 모습의 사회에서 내 자식이 살아갈 생각을 하니 끔찍했다. 갑자기 주위를 두리번 거렸다. 내가 알던 세상과 갑자기 달라 보였다. 그리고 어쩌면 이미 그런 사회가 되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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