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육아휴직 stooory

육아휴직 후 첫번째 이야기

by 마도사친구 2019. 9. 19.
반응형

달콤하고 꿈같던 그래서 너무나 소중한 3개월의 시간이 지나갔다. 복귀하기로 한 전주 마지막 금요일에 회사로 갔다. 경영자와 면담 시간이 잡혀 있었다. 면담에서 내 예상은 이런 것이었다.   

'육아휴직은 잘 다녀왔나? 그동안 자네가 없이 일하느라 다들 고생이 많았네. 돌아왔으니 더 수고해주게'  

예상은 예상일뿐 현실은 시궁창 그 자체였다.

회의실에서 면담을 기다리며 앉았다. 왠지 이상한 기분도 그렇고 면접을 보는 듯했다. 기분이 이상했다. 꼭 나쁜일이 일어날것 같았다. 경영자 들어왔고 나는 웃으며 인사했다. 그러니 돌아오는 첫 말은 이랬다. 


"웃지 마세요. 지금 웃을 기분 아닙니다."

그 후로는 고함이 날아왔다. 폭언도 돌아왔다. 고함과 폭언에는 내용이 없었다. 회사가 힘들었고 자신도 힘들었는데 그 모든것이 내 탓이라는 정도였다. 팩트는 어느것도 없었다. 한 30분 고함과 폭언을 듣고 난 후에 한 말은 이것이었다.


"어떻게 할래요?"
"뭘 어떻게 한다는 말씀이시죠?"
"결정을 하세요?"
"전 복귀 하겠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이걸로 면담은 끝이었다. 나는 따로 녹음까지 해놨다. 만약의 상황을 예상해서 였는데 역시나 였다. 앞의 고함과 폭언들은 다 이걸 위한 전조였다.

난 많이 억울했다. 내가 말없이 나간건가? 두 달전부터 예고했고 결제도 받았으며 인수인계도 했다. 그런데 모든 힘든 일의 원흉은 내가 되어 있었다.  면담을 하고 나오는데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내가 다시 회사에 들어가서 일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들었다. 회의실 밖에서 다른 직원들도 모든 소리를 들었다. 과연 이후에 누가 내 편을 들어줄수 있을까 생각해 보았다. 

 
하지만 난 다시 다녀야 했다. 난 가장이다. 아내와 딸이 있는한 가족이 있는한 난 다녀야 했다. 물론 직장이 이곳만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다른 곳을 정하기 전에는 그만 둘 수 없었다. 주말동안 고함과 폭언의 꿈을 꾸었다. 새벽에 잠에서 깨기도 했다. 옆에서 잠든 딸아이의 작은 손을 잡았다. 너무도 따뜻했다. 곤히 자는 아내의 숨소리는 너무도 달콤했다. 난 힘을 얻었다. 

다음주 월요일에 출근을 했다.

그리고 다른 고난의 시작이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