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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stooory/책읽는 stooory

어떻게 살 것인가

by 마도사친구 2019. 9.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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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살 것인가 - 유시민 - 생각의길

 P8 유용한 지식과 정보를 찾아 요약하고 발췌하고 해석하고 가공해서 독자들이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이야기로 만드는 것이 지식소매상이 하는 일이다.

 P45 사실 사람들은 너나없이 잘사는 데 관심이 있다. 그런데 아무리 잘 살아도 죽지 않을 도리는 없다. 사형 집행일과 집행방법이 정해져 있지 않을 뿐 살아있는 인간은 모두 사형수라도 할 수 있다. 그러니 잘 사는 것 뿐만 아니라 잘 죽는 문제도 생각하고 준비해야 한다.

 P50 삶의 의미를 찾는 것은 인생의 품격과 성패를 결정짓는 중대사이다. 그저 자살하지 않는 이유를 발견하려는 관념의 유희가 아니다. 부조리 가득한 세상에서 존엄한 인간으로서 품격 있게 살아가려면 나름의 답을 찾아야만 한다. 세상은 냉혹하다. 발 딛는 곳마다 예측하기 어려운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나를 위해 존재하는 사람은 없다. 늙고 병드는 것을 막지 못한다. 삶은 언제나 불안하다. 우리는 늘 어디엔가 부딪히고 누구에겐가 상처 받으며 살아간다. 욕망을 제어하지 못해 실수와 잘못을 저지른다. 남들은 다 잘 해나가는데 나만 헤매고 있다는 자괴감에 빠진다. 아무도 나를 이해해주지 않는 것 같아 깊은 외로움을 느낀다. 마음이 온통 폐허가 되어 차라리 죽어버리면 좋겠다는 충동에 휩쓸리기도 한다. 누구에게나 인생은 그런 것이다. 그러나 내 삶의 의미가 무엇인지 분명하게 아는 사람은 아무리 큰 상처를 받아도 다시 일어나 스스로를 치유한다. 반면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한 사람은 작은 불운에도 쓰러지고 만다.

 P61 삶의 '위대한 세 영역'은 사랑, 일, 놀이이다. 이것은 당위가 아니다. 이 셋을 위해 살아야 한다는게 아니다. 사람들이 실제 이 셋으로 삶을 채우며 여기에서 살아가는 의미를 찾는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위대한 세 영역'이라고 하는 것이다.

 P75 나이가 많이 들어서도 사회활동을 적극적으로 하는 사람이 젊은 시절의 정체성과 이미지를 그대로 유지하기는 매우 어렵다. 요절한 천재들이 유독 아름다운 모습으로 오래 기억되는 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P78 나도 남들처럼 훌륭한 인생을 살고 싶었다. 어떻게 사는 인생이 훌륭할까? 일단 잠정적인 결론을 내렸다. '하고 싶어서 마음이 설레는 일을 하자 그 일을 열정적으로 남보다 잘하자 그리고 그걸로 밥도 먹자 이것이 성공하는 인생 아니겠는가'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생각해보았다.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것이다. 나는 '먹물'인게 확실했다.

 P82 나는 실망했다. 앞이 보이지 않았다. 국민들이 민주주의를 하고 싶은 생각도 의지도 없는 건 아닌지 의심이 들었다. 그때 나를 붙잡아 준것은 희망이나 용기가 아니었다. 억울함과 분노, 복수심이었다 그러나 그보다 더 강렬한 것은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었다. 그것이 눈 덮인 낭떠러지 아래로 뛰어내리지 못하게 했다. 수치심과 절망감보다 두려움이 더 컸다.

 P87 많은 사람들에게 견디기 어려운 스트레스를 주는 제도와 관습 문화는 바로잡아야 한다. 이것은 모두에게 매우 중요한 일이다. 고치지 않으면 누구나 피해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제도와 관습 문화를 바꾸려면 '투쟁'해야 한다. '투쟁'하는 데는 비용이 든다. '투쟁'하면서 즐거울 수도 있지만 스트레스를 받을 수도 있다. 그 '투쟁'이 성공하면 혜택은 모두가 함께 누리지만 드는 비용과 스트레스는 내가 감당해야 한다는 문제도 있다.

 P88 그렇다고 해서 내가 할 일이 달라질 것은 없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남들은 어떻게 사는지 보고 싶어서 유학을 떠났다. 이게 아니다 싶은 생각이 들어서 그만두고 돌아왔다. 글쓰기와 방송활동 정치를 하는 동안 칭찬도 들었지만 욕도 많이 먹었다. 그렇지만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괴롭지는 않았다. 욕먹는다고 뭐 죽는 건 아니지 않은가 그렇게 생각하며 지냈다.

내 나름의 '비법'이 있기는 있다. 한마디로 표현하면 '거리감'이다. 세상에 대해서, 타인에 대해서, 내가 하는 일에 대해서, 그리고 내 자신에 대해서도 일정한 거리감을 유지하는 것이다.
내 생각이 옳다고 확신하는 경우에도 모두가 그것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하지는 않는다. 내가 하는 일들은 의미가 있다고 믿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내 생각일 뿐임을 인정한다. 삶이 사랑과 환희와 성취감으로 채워져야 마땅하다고 생각하지만 좌절과 슬픔, 상실과 이별 역시 피할 수 없는 삶의 한 요소임을 받아들인다.

 P139 그 선택의 기초가 바로 당사자의 자유의지이기 때문이다. 자유의지는 자신이 자기 삶의 주인임을 인식하면서 원하는 삶을 스스로 설계하고 그 삶을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방식으로 밀고나가는 정신의 태도와 능력이다. 인간의 존엄성은 바로 여기에서 나온다. 철학자 밀의 말처럼 사람은 누구든지 자신의 삶을 자기 방식대로 살아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 방식이 최선이어서가 아니라 자기 방식대로 사는 길이기 때문이다. 어디 사는 것만 그렇겠는가 죽는 것 역시 자기 방식대로 죽는 것이 바람직하다.

 P159 우선 귀천을 구분하는 기준이 분명하지 않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돈을 많이 버는 직업을 높이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돈을 많이 번다고 고귀한건 아니다 손님이 흥청대는 룸살로 사장이 박봉을 받는 어린이집 보육교사보다 더 귀한 직업이라고 한다면 고개를 끄덕일 사람이 별로 없을 것이다. 돈이 아닌 다른 잣대를 써도 직업의 귀천을 나누기는 어렵다. 그런데도 굳이 귀천을 나누면 귀하지 않은 쪽으로 분류된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의 존엄성을 부당하게 헤치게 된다. 그러니 적어도 사회에 필요해서 생긴 모든 직업은 똑같이 귀하게 여기자는 것이다. 인기가 있는 직업과 그렇지 않은 직업이 있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직업에 귀천이 없다는 말은 받아들이는 것이 옳다고 본다.

 P166 인생의 성공은 멀리 있지 않다.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고 그것을 남들만큼 잘하고 그 일을 해서 밥을 먹고살면 최소한 절반은 성공한 인생이다. 돈 때문에 남의 눈을 의식해서 부모님의 기대를 저버릴 수 없어서 또는 사회의 평판 때문에 즐겁지 않은 일을 직업으로 선택한다면 그 인생은 처음부터 절반 실패하고 들어가는 것이다.

 P174 열정과 재능의 불일치는 회피하기 어려운 삶의 부조리이다. 재능이 있는 일에 열정을 느끼면 제일 좋다. 그러나 열정을 쏟을 수 있는 일이기만 하다면 재능이 조금 부족해도 되는 만큼 하면서 살면 된다. 경쟁은 전쟁이 아니다. 져도 죽지는 않는다. 이겨서 꼭 행복한 것도 아니다. 사람은 저마다 가진 것으로 인생을 산다. 가진 것이 많다고 꼭 행복한건 아니다. 적게 가져도 행복할 수 있다. 끝없는 경쟁 속에 살아야 하지만 즐기면서 경쟁에 임하면 이겨도 이기지 못해도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P212 사람들은 자식에게 무엇이든 주려고 한다. 많은 돈, 특별한 재능, 뛰어난 지능, 멋진 외모, 건강, 높은 지위, 일류대학 졸업장, 큰 야망 등 이런 것들을 줄 수만 있다면 주려고 한다. 그런데 도대체 무엇 때문에 그런 것을 주려고 할까? 자기 자신이 원했던 것 실제로 누려보니 좋았던 것 또는 자신은 누리지 못했기에 자식이라도 꼭 누리기를 바라는 것을 주고 싶어서다. 그것은 행복한 삶이다. 모든 부모가 궁극적으로 바라는 한 가지 그것은 자식이 행복하게 사는 것이다.

 P216 유년기의 양육방식도 매우 중요하다.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거의 모든 것을 배우는 세 살 이전에는 말할 나위도 없으며 그 이후에도 아이의 뇌에 미치는 부모의 영향은 아주 강력하다. 좋은 양육은 가훈이나 규칙을 정해두고 예의 범절을 익히게 하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아이를 사랑해주고 부모 스스로 좋은 삶을 사는 것 그것이 양육의 핵심이다. 아이들은 부모가 의도적으로 가르치고 보여주는 것을 받아들이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너머에 있는 것까지 느끼고 이해한다. 부모의 꿈, 정서, 가치관, 감정, 부모가 외부 환경의 자극에 대응하는 방식 이 모든 것이 아이의 뇌에 영향을 준다.

 P223 나는 멋있는 노인이 되고 싶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나이를 품격있게 먹을 수 있는지 자주 생각한다. 그런데 그런 이야기를 하기에는 나는 아직 너무 젊다. 표현을 자칫 잘못하면 어른들에게 결례가 될 수 있다. 그래서 내 생각을 말하는 대신 연세가 많이 든 분이 쓴 글을 인용한다. 젊은 시절 칼럼니스트로 이름을 떨쳤던 홍사중 선생은 아름답게 나이 먹는 것이 매우 어려운 일이라고 했다. 일흔여덟에 쓴 수필집에서 그는 밉게 늙는 사람들의 특징을 이렇게 정리했다.

 1. 평소 잘난 체 있는 체 아는체를 하면서 거드름 부리기를 잘한다
 2. 없는 체 한다
 3. 우는 소리 넋두리를 잘한다
 4. 마음이 옹졸하여 너그럽지 모사고 쉽게 화를 낸다
 5. 다른 사람은 안중에도 없는 안하무인격으로 행동한다
 6. 남의 말을 안 듣고 자기 이야기만 늘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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