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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stooory/습작 stooory

(사당가) 01장

by 마도사친구 2018. 10.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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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팔?"


온 몸이 피투성이인 한남자가 문을 열며 물어왔다.


하남성 최고의 문신사라고 자부하는 왕팔은 피투성이의 남자를 천천히 살펴보았다.


온몸이 피투성이였다. 


한쪽 어깨는 문에 기대어 있었고 한쪽 손은 얼굴에 대고 있었다.


지금도 그의 발아래 피가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제가 왕팔이오만..."


분명 머리속으로는 '내가'라고 했지만 입은 '제가'라고 나왔지만


왕팔은 의식하지 못하고 있었다.


남자는 왕팔 앞으로 천천히 걸어와 의자에 앉았다. 


그리고 얼굴에서 손을 내렸다.


온몸이 피투성이였지만 손으로 가린 한쪽 빰만은 깨끗했다. 


그는 왕팔에게 단 한마디를 하고 눈을 감았다. 


“지금 그대로”


낮은 저음 목소리가 왕팔을 휘감았다.


피투성이 남자의 빰에는 한마리 나비가 그려져 있었다.


좀 뭉개지고 지워졌지만 분명 나비였으리라


왕팔은 세살때도 이보다 더 나비를 잘 그렸다고 자부했다.


"저 이왕 얼굴에 하시려면 제가 좀 더 실제같게 고쳐..."


왕팔은 더 말을 이을수가 없었다.


사내가 눈을 떴다.


용암보다 더 뜨거면서도 얼음보다 더 차가운 무언가가 그 속에 있었다.


왕팔은 그 눈빛을 보고 홀리듯 침을 들었다.


그렇게 보잘것 없는 나비 그림에 왕팔은 혼신을 담았다.


반나절 후 


그 남자는 물속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한참을 쳐다보았다.


왕팔은 그 뒷모습을 보며 심장이 오그라드는듯 했다.


손에 들린 금화는 더이상 신경쓸 대상이 아니었다.


머리가 몸에 붙어있어야 금화도 쓸수 있을테니...


그 남자의 뒷모습에서 다양한 감정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렇게 또 시간이 흘렀다.


'너무... 똑같이 했나? 조금 고칠껄 그랬나?' 


왕팔의 머리속에는 많은 생각과 많은 후회가 교차했다.


남자는 드디어 고개를 들고 뒤돌아 자신을 쳐다보았다.


왕팔은 자신도 모르게 한걸음 물러섰다.


그는 천천히 왕팔에게 걸어왔다.


단지 네걸음 이었지만 왕팔에게는 십년의 시간처럼 느껴졌다.


그의 양손이 천천히 들려졌다.


왕팔은 저절로 목이 움츠러 들었다.


" 저.... 저...."


말이 목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다시금 저음이 왕팔의 귀속을 파고들었다.


“내 딸..."


"마지막 그림... 고맙소”


그 남자는 깊게 포권을 했다.


남자의 팔뚝은 왕팔의 허벅지 보다 굵었다.


그리고 수없는 상처로 뒤덮여 있었다.


많은 말은 아니지만 그 속에 사연을 왕팔은 본것 같았다.


그리고


이 남자에게 포권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왕팔은 단언할 수 있었다.


왕팔은 자신이 문신사가 되었다는데 처음으로 자부심을 느꼈다.



“혹시 대협의 성함이 어떻게 되시는지.....요?”


남자는 몸을 돌려 나가다 멈칫했다.


왕팔은 질문을 괜히 했나 다시금 후회가 되었다.


“안접.  앞으로 그렇게 불릴것이니...”


남자의 목소리에서 으스스한 냉기가 뿜어져 나왔다.


그렇게 남자는 다시 거리로 사라졌다.


하남성 최고의 문신사라고 자부하는 왕팔은 


그날 이후 강호에서 가장 유명한 문신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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