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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딱 비판 stooory/19금 stooory

차라리 나쁜사람이 되자.

by 마도사친구 2019. 9.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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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출퇴근때 버스를 주로 이용한다. 밖의 풍경을 볼 수도 있고 전용차선이 잘되어서 예전처럼 크게 늦는 일이 없어서다. 버스 안에서는 주로 무선이어폰으로 팟캐스트를 듣는다. 무선이어폰의 장점은 셀 수 없이 많다. 이런 말도 있다. '무선이어폰을 안써본 사람은 있어도 한번만 쓴 사람은 없다.' 그러나 무선이어폰도 단점이 있다. 내가 생각하는 단점 한가지는 바로 충전이다. 

어제도 집 도착 몇 정거장 전에 이어폰의 배터리가 다 되었다. 이어폰을 빼니 버스 안의 많은 소음들이 내 귀로 쏟아져 들어왔다. 이런 많은 소리 중에서 유독 날 집중시키는 소리가 있었다. 주변을 보니 나만은 아닌것 같았다. 그건 한 여자분의 통화 음성이었다.

여자분은 유선이어폰으로 상대방의 음성을 들으며 마이크로 말을 하고 있었다. 말소리가 생각보다 컸다. 아마 자신의 목소리가 그렇게 큰지 모르고 있었던 듯 싶다. 대화는 대충 이런 내용이었다.(상대방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남자친구가 자신과 다투고 연락두절이 되었다. 나중에 연락이 되어 이유를 물어보니 서로 너무 흥분해서 잠시 시간을 둔거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 날 이후부터 자신과 헤어지기 위해 일부러 못하는 모습이 보인다. 자신도 그 모습이 보기 싫어 일부러 더 막 대했다고 한다. 

흥미로운 이야기였지만 내릴 때가 되어서 더 이상은 못들었다. 뒷부분이 궁금하긴 하다. 예전 TV 방송에서도 이런 이야기가 있었다. 연인 사이였는데 한쪽이 마음 식어서 헤어지고 싶었다. 그런데 헤어지자는 말을 하면 자신이 나쁜 사람이 되는 것 같아서  상대방이 헤어지자는 말을 하게 만들었다는 이야기다.

먼저 헤어지자고 하면 나쁜 사람인가? 
일부러 나쁘게 하는 건 괜찮은건가? 
그렇게 시간을 끌면서 만나는 것이 힘들고 괴로운 시간이 아닌가?
등등의 생각이 들었다.

바둑이나 장기, 게임 등에서 훈수하는 사람이 있다. 옆에서 보면 사실 더 잘 보인다. 그 게임에 대한 여러 가지 집착이 없어서 더 넓은 눈으로 볼 수 있는 것이리라. 연인 사이에서는 둘만의 시간이, 공간이, 추억이 전부인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나 또한 얼마전까지 그랬다.아니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자. 초등학교때 지고 나서 울었던 운동회도 지금은 왜 그랬을까 싶다. 중학교때 그렇게 친하고 매일 붙어 다니며 항상 같이 하자던 친구도 이젠 이름도 기억나지 않는다. 고등학교때 그렇게 짝사랑하던 선생님의 지금 모습을 상상할 수 있을까? 

솔직하자. 우리 각자에게 주어진 시간을 짧다. 행복하게 살기도 짧은 시간에 자신에게 헤어지자고 말하게하려고 일부러 못하고 막대하게 할 생각을 하다니. 그렇게 불필요한 일을 할 필요가 있을까? 

어떤 일을 하다가 그만둔다면 노력만 끝나면 되는 것이 아니다. 그때까지 사용한 시간도 날아간 것이다. 그러니 상대를 향한 애정, 노력은 그렇다고 하더라도 다른 것을 위한 노력과 시간을 아끼자. 차라리 그 시간에 밀린 잠이라도 자고 맛있는 것이라도 먹자. 그게 더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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