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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에서 내 마음대로 되는 것이 얼마나 있으랴
출근길 눈앞에서 가버리는 버스에서 부터
찾아도 보이지 않는 양말과
항상 재자리에 있지만 내가 찾으면 보이지 않는 서류들이
그렇듯
내 마음대로 되는 것 하나 없다
항상 대비를 하려고 고민을 하고 있지만
그것 마저 날 배신하기가 다반사이니
어느 순간 나는 또다시 백수가 되었다
내 소개를 하자면 난 올해 서른 몇살을 먹은 남자다
부인과 10개월이 된 딸이 하나가 있다
이런 가족을 두고 아무 것도 없이 다시 백수가 되었다
백수가 된 이유가 구구절절 사연이 많지만
그 이야기를 하면 무엇하랴
지금부터 나의 이야기를 해 보련다
백수 카운트가 들어간 날
처음에는 정신이 멍했다
나 혼자라면 감당할 자신이 있었다
안먹고 안쓰고 안나가면 버틸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나만 믿고 시집온 아리따운 부인과
나를 보면 네개밖에 없는 이를 드러내며
미간에 있는 힘껏 주름을 만들어 웃어주는 딸이 있는데
그들은 나를 믿고 나를 사랑한 죄밖에 없는데
일주일의 시간이 흘렀다
집에서는 아직도 이야기를 하지 못했다
회사에서는 척척 일이 진행되고 있다
업무인수인계서를 작성하고 사직서를 쓰고 자리를 정리하고
내가 있었던 흔적들을 지우고 있는데
난 아직도 아무런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계획을 세우기도 너무 빠듯한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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