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120일째(2021.6.29.)

by 마도사친구 2021. 7. 1.
반응형

 

1.

 

국민학교때의 몇안되는 기억이 하나있다.

교실 뒤편에 부모님이 서서 날 보고 계셨다

부모님이 뒤에서 보고 있다는 생각에

뒤통수가 간지럽고 떨렸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평소처럼 행동하지 못하고

괜히 뒤도 돌아보지 못했다

친구와 장난은 생각도 못했다.

또 필요이상으로 친절한 교장선생님과 담임선생님이 낮설었다.

겨우 용기를 내서 뒤를 돌아보면

인상을 쓰며 앞을 보라던 부모님의 표정이 아직도 생각난다.

내가 국민학교 다닐때 참관수업의 풍경이었다.

 

 

2.

 

꽁꽁이가 다니는 초등학교에서 참관수업에 대한 공지가 왔다.

정확하게 '참관수업'이 아니라 '학부모 공개수업'이었다.

꽁꽁이가 학교에서 반에서 어떤 모습으로 지내는지 보게된다는 생각에 설랬다.

어떤 수업을 받는지

어떤 교실에서 공부를 하는지

어떤 친구들과 어떻게 장난을 치는지

직접 볼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역시나 안전이 중요했다.

학부모 공개수업은 온라인 줌을 통해 진행이 되었다.

직관의 기대는 낮아졌지만 그래도 어디인가

 

3.

누군가 그랬다

'기대는 깨지게 되어 있다'고

정확한 시간에 들어와 달라고 공지가 왔고

일부러 시간에 맞춰서 1분전에 들어갔다.

하지만 아무런 공지나 조치도 없이 5분의 시간이 지나고서야 시작되었다.

아이들의 목소리가 들리고 화면이 나오는 순간은

마치 영화관에서 처음 마블의 아이언맨 영화를 볼때를 설렘이 있었다.

하지만

온라인으로 진행되는 궁개수업의 화질은 형편없었다.

겨우 윤곽과 그날 입은 옷으로 누군지 알수 있는 정도였다.

사전 공지에도 화질이 않좋을 수 있다고는 했으나

생각보다 더 않좋았다.

그래도 소리는 제법 또렷이 들렸다. 그것에 약간의 위안을 삼았다.

선생님의 노고가 심해 보였다.

제멋대로 떠드는 아이들, 수업에 왔다갔다 하는 아이들

그 와중에 진도를 나가려는 선생님의 필사의 의지가 보였다.

선생님 고생많으세요 감사합니다.

 

4.

하지만 내 눈과 귀는 온통 꽁꽁이에게만 쏠려 있었다.

내가 볼때 꽁꽁이는 수업에 집중을 전혀 하지 않고 있었다.

선생님과 친구들이 호흡을 맞춰 묻고 답하는 과정에서 꽁꽁이는 혼자 있었다.

뭔가를 쓰고 옆을 쳐다보고 뒤를 보고 선생님을 보고

하지만 전혀 호흡을 맞추고 있지 않았다.

갑자기 또 머리가 복잡해졌다.

' 왜 따라하지 않는거지?'

'공부가 어려워서 따라가지 못하는건가?'

'집중력이 문제인가?'

'재미가 없나?'

참관수업 아니 학부모 공개수업을 보는 내내 나의 표정은 점점 굳어갔다.

 

5.

전체 참관수업은 40분이었다.

하지만 실제 본 시간은 대략 20분 남짓이었다.

5분정도 늦게 시작하고

시작한지 20분정도 후에 화면이 나오지 않고 소리만 나왔다.

학부모들은 화면이 나오지 않는다고 온라인 대화방에 글을 썼지만

수업에 바쁜 선생님은 보지를 못했다.

그렇게 소리만 나오는 수업이 또 15분정도 이어졌다.

나는 중간에 나오고 말았다. 소리만 듣는것이 의미가 없다고 느껴졌다.

그렇게 20분정도 짧은 시간동안 본 꽁꽁이의 모습은 나에게 많은 충격을 주었다.

내가 생각한 유니콘은

빛날정도의 햐안 털과 수정처럼 맑은 뿔을 가진 환상의 동물이었는데

얼룩무늬의 점박이의 지저분한 말이 나와서

머리에 시커먼 혹 하나를 달고

이게 유니콘이라고 하는 것과 같은 충격이었다.

 

 

6.

그렇게 하루가 지났다.

난 꽁꽁이에게 어떻게 이야기를 해야 할까 머리속에서 수없이 대화를 했다.

화난버전 : 선생님이 수업을 하면 들어야지 뭐하고 있는거야?

상냥한버전 :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어 걱정하는게 있어?

방관버전 : 잘하고 있어 그렇게 계속해

수많은 대화를 하고 지우고를 반복하다

그러다

무심코 어릴적 나의 모습을 떠올렸다.

 

7.

국민학교 1학년 반장선거에 나갔다.

수줍음과 부끄러움이 많았던 나는

정견발표가 무색하게 아무런 말도 하지못하고

단상에서 고개만 숙이고 있다가 자리로 돌아왔다.

그런 내성적인 성격은 중학교를 지나 고등학교때까지도 지속되었다.

내가 국민학교 반장선거에서 정견발표때 말을 못했다고

인생의 실패자이고 패배자일까?

수업시간에 선생님 말씀을 안듣고 앞자리 여자친구의 머리카락을 당기고

옆자리 친구에서 쪽지를 적어서 던졌다고

범죄자가 되고 인생의 낙오자가 되는 것일까?

 

8.

나는 나대로 올바르게 살아왔다고 자신한다.

그렇다면

나는 꽁꽁이게 뭐라고 이야기를 해줘야 할까?

 

9.

나는 결국 이렇게 이야기를 했다.

"공부를 잘할필요는 없어 대신 선생님이 하는 이야기는 잘 들어줬으면 좋겠어"

꽁꽁이는 이렇게 대답했다.

꽁꽁 : 그때 갑자기 멍했어 멍때리니까 선생님이 뭐라고 말하는지 못들었어

해맑게 웃으며 이야기 하는 꽁꽁이를 보며

오늘 하루 종일 걱정했던 것이 부질없었던 것을 느꼈다.

이렇게 해맑게 밝게 크고 있는 아이에게

종이접기, 한글 한글자가 중요한게 아니라는 것을

지금처럼만 사랑을 알고, 소중함을 알고, 따뜻함을 아는

그런 사람으로 키우면 된다는

아주 사소하고 작은 사실을 알게 됐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