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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stooory

문학자판기 - 사용 불가

by 마도사친구 2019. 6.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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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에서 짧은 텍스트(소설)가 인쇄되는 기기를 설치했다는 뉴스를 들었다. 

 

한번 경험하고 싶다는 생각과 내 글도 그렇게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지난주 우연히 제주 공항에서 프랑스에 있던 것과 같은 종류의 기기를 발견했다.

 

이름하여 문학자판기

 

처음 보는 순간 예전에 본 기사와 동일한 기기라는 것을 바로 알아봤다.

 

주변의 많은 사람들은 이 문학자판기에 아무런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나는 나 혼자만 알고 있고 좋아하는 배우를 만난 것처럼 너무 좋았다.

 

먼저 심호흡을 하고 그 앞에 가서 섰다.

 

우선 기기의 설명을 꼼꼼하게 다 읽었다.

 

뒤에 서 있는 사람이 없기에 천천히 음미했다.

 

그리고 난 고민에 빠졌다.

 

긴글을 먼저 읽을까? 짧은 글을 먼저 읽을까?

 

고민은 길지 않았다.

 

'뒷사람을 위해 꼭 한번만 눌러주세요!'의 문구가 있었지만

 

"일행에게 한장 주려고요" 라고 혼자 소심하게 변명을 했다.

 

그리고 짧은 글을 눌렀다.

 

기기안에선는 위잉 하는 기계음이 들렸다.

 

그리고선 아무런 변화도 없었다.

 

한참을 기다려도, 기기음이 끝나도 변화는 없었다.

 

조심스럽게 긴글을 한번 더 눌렀다.

 

이번에도 위잉 하는 기계음이 들렸다.

 

또 아무런 변화도 없었다.

 

주위에는 물어볼 사람도 없었다.

 

결국 누군가가 안에 인쇄용지를 넣지 않아서

 

아무런 출력물이 나오지 않는다는 나만의 결론에 도달했다.

 

어떤 내용의 글이 나올지 궁금했지만

 

다음으로 기약했다.

 

마지막으로 김포행 비행기를 타기 전에 한번 더

 

문학자판기에 가보았다.

 

외국인 두명이 기기앞에 서있는 것을 보았다.

 

아마 그들도 한국어로 프린팅 된 글을 가지고 싶었으리라.

 

하나의 기념품이든 프랑스 사람으로서 비슷한 서비스를 체험하려고 했든 

 

한국어를 배우는 입장에서 잠깐의 교재로 하려고 했든

 

하지만 그들도 결과는 나와 마찬가지 였다.

 

나오지 않는 기기를 보고 어깨를 으쓱하고는 돌아갔다.

 

나의 마지막 기회도 그렇게 무위로 돌아갔고 

 

돌아서는 나의 얼굴은 혼자만 약간 불거졌다.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잘 작동되는 문학자판기를 보고 싶다.

 

몇년후에 내 글도 나오는 문학자판기를 보고 싶다.

 

 

190622 제주 공항 출국장에 있던 문학자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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