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오랜만에 캠핑을 갔다.
어머니 생신이 되어서 모시고 캠핑을 가서 자연을 보고 오자는 계획이었다.
2.
금요일 출발과 첫째날은 좋았다.
너무 뜨겁지 않은 햇살과 바람
계곡의 시원한 물과
그 속에서 놀다가 입술이 파랗게 되어 오들오들 떨면서 나오는 꽁꽁이
저녁에 불을 지펴 불멍을 하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는 밤
내가 생각하는 그런 캠핑이었다.
3.
늦은 밤이 되자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일기예보에 비가 되어 있었지만
워낙 잘 안맞기에 무시했는데
이럴때는 잘 맞는다.
밤새 비가 내렸다.
자다가 누가 물을 붓는 소리에 깨어보니 빗소리였다.
사부작사부작 내리는 빗소리는 우중캠핑의 매력이지만
쏟아붓는 빗줄기는
한숨의 대상이다.
한밤중에 일어나 외부를 확인했다.
부랴부랴 짐들을 안쪽으로 옮기고
타프의 끈들을 다시한번 점검하고 비가 세는 곳이 없는지도 한번더 확인했다.
들어오니 완전 비에 홀딱 젖은 생쥐꼴이었다.
4.
아침에 일어난 꽁꽁이는 빨리 계곡에 들어가자고 난리였다.
잠깐 비가 그친사이에 계곡에 가보니
어제까지만 해도 잔잔하던 계곡물이 급류가 되어있었다.
나: 꽁꽁아 이따 물이 좀 내려가면 오자 지금은 물이 너무 많고 거세서 물에서 놀다가 바다까지 쓸려내려갈거야
꽁꽁 : 바다까지 그럼 나 해볼래 바다까지 가보고 싶어
아차 말을 잘못했다.
한참을 어르고 달래서 다시 텐트로 돌아왔다.
아침을 먹고 노래도 듣고 코코아도 마시고 나니
다시 비가왔다.
5.
그렇게 비는 돌아오는 일요일까지 계속 왔다 그쳤다를 반복했다.
꽁꽁이는 평소 집에서 하는 것처럼 나랑 장난을 치다 유튜브를 보다
엄마랑 장난을 치다 유튜브를 보다 할머니랑 유튜브를 보다 장난을 쳤다.
평소와 다를게 별로 없었다.
'내가 계획한건 이게 아니였는데...'
집에 돌아오니 다시 현실로 왔다.
내일부터 초등학교 개학이다.
마지막 그림일기를 그리기로 했다.
이번 캠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어떤것인지 물어봤다.
난 당연히 계곡에서 물놀이 한것이라고 답할줄 알았다.
꽁꽁 : 난 불멍한게 너무 좋았어. 따뜻하고 그냥 좋았어.
녀석 벌써 불멍의 맛을 알아버렸다.
그래도 하나라도 기억에 남으니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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