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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휴직 stooory

육아휴직 전 첫번째 이야기

by 마도사친구 2019. 9.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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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육아휴직을 계획하게 된 이유는 다니고 있는 회사의 구조적 문제 때문이었다. 나는 직원규모 10명 내외의 소규모 회사에 다녔다. 회사는 일단은 NGO였으며 일단은 비영리법인이었다. 이런 소규모 중소기업이나 협회, 단체는 한사람이 여러가지 일을 해야한다. (전적으로 내 몇번의 경험에 한해서임을 밝혀둔다.) 특히 협회나 단체 등의 소기업이며 비영리 법인들은 절대적 구조상 한명이 한가지 일만 할 수가 없다. 즉 구인구직을 할때는 명확한 업무가 있는듯 보이지만 결국은 여러가지 일들을 같이 해야만 한다. 

지금의 회사는 대략 4-5년전에 들어왔다. 처음의 업무는 기획으로 들어왔지만 역시 작은 회사답게 여러가지 일을 수행해야만 했다. 일이야 충분히 할 수 있다.(어른들 말씀처럼 남의 돈 먹는 것이 쉬우랴) 

일이 많은것들은 조정이 가능하지만 구조적인 문제가 있었다. 내가 일을 하는데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마 많은 사람들이 그럴것이다 내가 일하는 건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다고. 맞다. 하지만 지금의 회사는 구조적인 문제가 있었다. 

이 회사는 경영자가 3명이 있다. 최종경영자, 경영자, 실무경영자다. 이것은 내가 부르기 쉽고 구분하기 쉽게 나눈것이다 실제는 각 명칭이 존재한다 하지만 밝히지는 않겠다. 최종경영자는 한달에 한두면 나오면서 감놔라 배놔라하는 최종경영자다 회사의 외부적 대표다. 주로 전화로 보고한다 경영자와 실무경영자는 기간제 파견직이다. 언제 오고 언제 갈지 아무도 알수 없다. 파견자는 같이 파견을 오기도 하고 엇갈려서 오기도 한다. 여기서 부터 문제가 발생한다. 이사람들은 파견을 오면 회사의 운영방침 경영방침부터 자신이 일하기 쉽게 바꾼다. 그렇게 되다 보니 회사의 운영, 경영방침은 짧게는 3개월에서 길게는 1년마다 변경된다. 그때가 되면 매번 새로운 회사처럼  다시 일을 시작해야 한다. 또한 업무 인수인계가 잘 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매번 경영자와 실무경영자에서 자신의 소개부터 시작해야 한다. 5년을 다닌 직원도 10년을 다닌 직원도 1개월을 다닌 직원도 새로온 경영자에게는 처음 보는 낮선 사람들이다. 내가 그 이전에 어떤 일을 했어도 어떤일을 맡았어도 전혀 관심이 없다 그저 처음 보는 사람일뿐이다. 이건 직장인으로서의 커리어 치명적이다. 커리어라는 것을 전혀 기대할 수 없다. 한예를 들자면 파견온 경영자에 따라 급여도 호봉제였다가 연봉제였다가 마음대로 변경된다. 근로 계약도 비슷하다 계약직은 2년이 지나면 무기계약직이나 정규직이 되어야 한다. 하지만 이곳은 매년 새로 근로계약서를 작성한다. 연말에는 사람들을 내보내기가 행사일 정도였다. 한두명만 내보내면 좋게 끝난 한해였다. 그렇게 되다보니 직원들의 직장에 대한 충성심은 전혀 찾을 수가 없다. (물론 여기도 오래 다닌 직원이 있고 그들에게는 충성심이 있는 듯하다. 충성심의 종류는 여러가지가 있으니 말이다.)누가 아니겠는가. 전 경영자와의 미래에 대한 약속을 받았지만 하루아침에 다른 경영자가 도착하니 0에서 부터 다시 시작된다. 이전 경영자와 약속한 것이 있다고 말을하니 이런 말이 돌아왔다.

"전에 한 약속이 어떤것인지 모르지만 그건 나와 아무런 상관도 없습니다. 전 도리어 그에게 책임을 묻고 싶습니다."
 
그럼 내가 왜 이런 회사를 다녔냐고? 난 이런 회사라도 좋았다. 처음부터 이런 회사인줄 알고 다닌 것은 아니었다. 다니고 보니 이런 회사였다 이런 회사라 나가려 했지만 좋은 동료들이 옆에 있었다. 그런 그들이 있었기에 아직까지 다닐수 있었다. 

(여기서 구직하는 사람들에게 꼭 팁을 드리자면 가고자 하는 회사의 평판조회를 꼭 해보고 가길 바란다. 쓰여져 있는 글의 반만 믿어도 된다. 꼭 조회를 하고 가시라.)

그나마 출퇴근 시간이 지켜졌고 나름 일도 재미 있었다. 휴가사용도 꽤 자유로웠다. 


그럼 왜 육아휴직을 썼냐고? 회사에서는 내가 맡은 일이 있다. (하도 여러가지일을 하고 되는데로 시키니 헷갈리긴 한다.) 그런데 연말이 되어 직원을 내보네 거나 중간에 직원이 나가면 (보통 사직 의사를 밝히고 2~3일 내로 나가버린다. 심지어 그날 가버린 직원도 있다.) 그 일들은 고스란히 내가 떠 맡는다. (물론 명목상은 '임시로'다)  대체자가 겨우 구해지면 (진짜 겨우 구해진다 3개월정도 후에) 내가 떠 맡은 일의 대략 70%만 가져가고 나머지는 계속 내일이 된다. 또 새로온 직원이 일에 서툴거나 일을 모르면 시키지 않는다. (그리고 월급을 아끼려고 신입이나 신입에 준하는 사람만 뽑는다.) 그럼 또 내일이 된다. 그런식으로 일년이 지나면 그 일은 내일로 굳어진다. 

다른 면으로는 이곳은 일년에 한번 큰 일을 한다. 그게 일이 끝나면 뒷 정리는 거의 내 몫이다. (표현이 디테일할까봐 뒷정리라는 말을 사용했다. 결코 남은 자리 정리가 아니다. 생각해 보니 남은 자리 정리도 포함된다.) 할 줄 아는 사람이 나뿐이라서 그렇게 묵묵히 3년을 일을 했다. 혼자 야근을 하며 이렇게 일을 하면 누군가는 알아주겠지 등등의 자기 위로를 하며 열심히 일했다. 한참 자라는 귀여운 딸의 얼굴도 못보며 일을 했다. (지금 돌이켜 생각하면 내가 왜 그렇게 했는지 후회가 된다. 부인은 항상 내가 회사에 너무 충성한다고 난리였다. 지금 보니 맞는 말이다. 그때 화내서 미안) 

진짜 시작은 지금부터다. 
2018년에 새로운 경영자가 기간제 파견으로 왔다. 소통을 강조하며 가족같이 지내자는 말과 함께였다. 전에 있던 경영자는 그 사람을 조심해야 한다고 평판이 않좋은 사람이라고 했다. 역시 새로온 경영자는 시스템 안에서만 일하는 전형적인 관료스타일이었다. 그런 경영자의 스타일로 인해 모든 직원들이 힘들어했다. 그렇지만 버텼다 일했다 그렇게 1년을 버텼다 같이 힘들어보 버티던 직원들이 모두 떠나버렸다. 2019년에 거의 1달 차이를 두고 다 나가버렸다. 물론 난 그들의 모든 사연을 알고 있었기에 말리기도 했다 또한 그에 대한 내용을 실무경영자에게 알리기도 했다. 나는 실무경영자에게 여러번 강조했다.  

'회사보다 직원이 먼저라고'  

하지만 회사의 결정은 달랐다. 직원은 톱니바퀴니 교체하면 그만이라고. 결론은 그렇게 나버렸다 직원들은 나갔고 나도 더이상 일할 동력도 열정도 사라져 버렸다. 그렇게 번아웃이 왔다. (사실 나도 그때 나갈까 말까를 고민했다. 지금 생각하면 나가는 것이 옳았고 맞았다.) 결국 나도 지금 많은 일을 맡고 하고 있으니 겨우 인정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버렸다. 나도 톱니바퀴였던 것이다. 

나는 회사에 더이상 믿음과 신뢰가 없었다 이런 상태로서는 더 이상 일할 수 없었다. 나는 육아휴직 2개월전에 실무경영자에게 육아휴직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그후 경영자랑 육아휴직에 대해 미팅을 한건 1번이었다. (경영자는 그 미팅 당시 마치 인심쓰듯이 큰일 끝나고 육아휴직 쓰면 보내주겠다고 했다.) 하지만 나는 뜻을 굽히지 않았고 3개월의 육아휴직을 받았다. 

그렇게 회사에서는 육아휴직이 순조롭게 결정된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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